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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살인사건 4편

by handrami 2025. 3. 10.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목록을 보면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작품들이 여러 개 있다.

특별한 연관성은 없지만, 제목에 살인사건이 들어간다는 공통분모로 엮어 봤다.

 

일본 추리소설을 읽을 때 자주 느끼는 것이 이름의 낯섦이다.

그렇지 않아도 적응이 안 되는데 이름으로 표시했다가 성으로 표시했다가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오래전에 출간된 책들의 경우 현시점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 모두 출간된 지 20년이 넘은 작품들이라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살인사건 4편

제목 일본 출간년도
11문자 살인사건 1987
회랑정 살인사건 1991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초 살인사건 추리작가의 고뇌) 2001
호숫가 살인사건(레이크사이드) 2002

 

 

11문자 살인사건

11문자 살인사건 책표지 이미지
11문자 살인사건 2018 출판 책표지 이미지
2007년 민경욱 역 RHK 출판 2018년 민경욱 옮김 RHK 출판

 

차례

  • Monologue 1
  • 1장 의문의 죽음
  • 2장 스포츠플라자
  • Monologue 2
  • 3장 사라진 여자
  • 4장 경고
  • Monologue 3
  • 5장 시각장애 소녀
  • 6장 이상한 여행
  • Monologue 4
  • 7장 기묘한 밤
  • 8장 알리바이
  • 9장 드러난 비밀

 

추리소설 작가인 '나'가 살해된 남자친구의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다.

나와 범인의 Monologue를 통하여 독자로 하여금 같이 추리 대결을 펼치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無人島より殺意を込めて)라는 11문자 편지가 도착한다.

 

소설은 추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선과 악의 본질에 관해 묻는다.

 

'가치관의 선택'

가치관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믿는 가치관에 따라 선택했을 때 살인자가 될 수도, 죽임을 당하는 처지에 있게 될 수도 있다.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자신을 위한 최선은 아니었을까?

 

 

범인의 monologue

"내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내게서 소중한 걸 빼앗아갔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행위가 자신들의 일방적인 가치관에 의해 이루어졌고,
따라서 그들이 어떤 수치심도 못 느끼고 있다는 데 격렬한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당연한 것이었다고까지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그들이 저지른 짓은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참회를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무언가를 요구할 만한 가치조자 없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름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다.

일본 이름에 익숙하지 않아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구별이 잘 안되기도 하지만 11문자 살인사건은 특히나 심했다.

일관성이 있어도 적응이 쉽지는 않은데 동일 인물을 필요 이상으로 이름과 성으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었다.

 

회랑정 살인사건

회랑정 살인사건 2008년 책표지 이미지
회랑정 살인사건 2016년 책표지 이미지
회랑정 살인사건 2020년 책표지 이미지
2008년 임경화 역 RHK 출판 2016년 임경화 역 RHK 출판 2020년 임경화 역 RHK 출판

 

인기 없는 외모에 여성적 매력이 부족한 주인공은 자신을 처음으로 사랑해준 남자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던 중 독특한 구조의 여관 회랑정에서 원인 모를 화재사고로 인해 자신을 사랑해 준 남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자신도 자살로 위장된 살해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후 그대로 자살로 위장하고 복수를 계획한다.

 

자살로 위장한 에리코는 좋은 관계를 맺은 혼마 기쿠요를 찾아갔지만, 자연사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다.

복수를 목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시체를 처리하고 혼마 기쿠요로 변장한다.

화장만으로 할머니로 변장한 주인공을 아무도 몰라본다. 이 부분은 설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 거슬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소설은 재미있었다.

추리한다는 생각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되어 버렸다.

여러 번의 반전적인 요소들 역시 독서를 즐겁게 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공범자일 뿐이다.
내가 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은 내일 죽일 것이다그로써 복수가 완성된다.

 

여주인공을 마지막까지 비참하게 만든다.

외모지상주의를 역겨울 정도로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초·살인사건 추리작가의 고뇌)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2020년 책표지 이미지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2024년 책표지 이미지
2020년 민경욱 역 소미미디어 출판 2024년 민경욱 역 소미미디어 출판

 

목차

  • 세금 대책 살인사건
  • 이과계 살인사건
  •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문제편ㆍ해결편)
  •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 예고소설 살인사건
  • 장편소설 살인사건
  • 마카제관 살인사건(최종회ㆍ마지막 다섯 장)
  • 독서 기계 살인사건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유의 장난기를 드러낸 작품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와 내가 같은 의미로 깜짝 놀랐는지는 모르겠다.

 

출판사, 작가, 평론가, 독자에 관한 이야기를 그만의 해악으로 풀어 놓은 이야기들이다.

단편들의 이야기 속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 세금 대책 살인사건 》

회계사 친구가 보이스피싱을 하는 줄 알았다. 어디서 웃어야 할지 고민했다.

지금도 여전히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얼어붙은 거리의 살인」제10회를 쓴 이후 어떤 출판사로부터도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이과계 살인사건

친절하게 이 소설이 취향에 맞지 않는 분은 그냥 넘기세요. 라고 시작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소설을 뛰어넘지 않고 다 읽는다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이과계 인간이라면 읽으면 곧바로 이해합니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고집스럽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괴짜는……."
"사이비 이과계 인간뿐이란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다행히도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에 위안으로 삼았다.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문제편·해결편)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져 어디까지 소설인가 생각하게 하였다.

해결편을 읽고 문제편을 다시 읽어 보았다.

재미있게 읽었다.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소설계에서 활약한 얼굴에 변화는 거의 없다.
작가들만이 아니다독자 역시 노화했다.
새로운 작가의 책을 찾으려 들지 않는다따라서 출판사는 새로운 작가의 책보다는 일단 기존 작가의 책을 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아흔이든 백 살이든 그들에게 일을 의뢰하는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

 

이 소설을 쓰고 있을 40대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의 나이 60대에 한국에서 소설이 흥행될 줄 알았을까?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도 없다는 사실도…….

 

 

예고소설 살인사건

소설 잡지에 연재하는 소설 내용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편집장은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하고 소설을 현실 사건의 예고로 홍보하기로 한다.

"우리로서는 범인이 계속 잡히지 않고 자네 소설대로 범행을 저질러주길 바랄 뿐이지."

 

결국 범인이 살해대상과 살해방법을 제시하는 상황까지 온다.

추리소설 단편이었다. 그것도 꽤 괜찮은…….

 

 

장편소설 살인사건

"요즘 독자들은 장황한 소설에 익숙합니다. 조금 늘어지게 표현해도 참을성 있게 읽죠. 그보다 독자는 단가와 분량을 신경 씁니다. 어차피 2천 엔을 내고 책을 살 거라면 긴 작품이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만한 매수를 필요로하는 작품도 있으리라. 그러나 더 짧게 끝낼 수 있는 것을 일부러 길게 쓴 작품도 적지 않으리라.
책 표지라고 생각한 게 책의 등이었다. 아무래도 책의 폭보다 두꺼운 듯했다.
그리고 자기 책의 띠지를 보고 구즈하라는 아연실색했다.
'구즈하라 만타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야구 미스터리 탄생!!! 목숨을 건 8.7킬로그램!

어이없이 빵 터졌다.

 

 

마카제관 살인사건(최종회·마지막 다섯 장)

추리소설 작가가 마지막 사건을 정리하는 고뇌에 대하여 짧게 표현하였다.

 

 

독서 기계 살인사건

분명히 말하겠는데 기대 이하였다. 아니, 그런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이건 분명 졸작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읽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얘기를 내내 읽어야 하는 독자 처지가 되어 보란 말이다.

 

독서 기계 '쇼혹스'에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을 넣었다.

평가 모드를 ‘최고 호평’ , ‘호평’, ‘보통’, ‘쓴소리’, ‘혹평’ 뭐로 할까 고민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정했지만 그에 대한 팬심에 망설이고 있다.

 

책에 인쇄되어 있는 짧은 서평들을 그다지 인식하지 않는다. 아마도 '쇼혹스''최고 호평' 모드로 쓴 것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8편의 단편 중에 나에게는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예고소설 살인사건'이 재미있었다.

다른 단편은 내가 원하지 않았던 작가 특유의 이 고급스러운 장난이 었다. 장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호숫가 살인사건(레이크사이드)

2019년 권일영 옮김 RHK 출판 2005년 권일영 옮김 노블하우 출판 2023년 민경욱 옮김 하빌리스 출판

 

차례

  • 1 위험한 관계
  • 2 비밀의 밤
  • 3 의혹의 그림자
  • 4 영원한 침묵

소설의 구성이나 재미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못 해도 평균은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집필되었던 당시로 부터 20여년이 넘었기 때문에 시대적인 상황이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에 그런 부분에서 몰입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고려한다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현재도 결코 피해갈수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게 결국 이익이니까 지금은 열심히 공부만 하라고 했잖아.
뭐니 뭐니 해도 이 나라에서 학력을 중요시하는 건 바뀌지 않을 거라고 늘 말했잖아."
"좋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손해만 볼 거라고 한 건 엄마잖아 나쁜 짓을 하고 돈을 받는 공무원도 도쿄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있는 거라고 하지 않았어? 역시 도쿄대학을 나온 다른 공무원이나 경찰이 감싸주니까 형무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지. 이 세상은 출세한 사람이 최고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입시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갈망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그 과도함이 소설 속의 괴물을 만드는 건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살인사건으로 분류한 소설들은 독자에게 선택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전에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는 뭔가 허전하고 실망했던 기억도 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식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옮긴이의 말

히가시노의 이야기 마무리 방식이 낯설다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일방적인 마무리를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늘 독자들에게 마무리의 상당 부분을 떼어 넘깁니다.
일종의 숙제인 셈입니다.
《비밀》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주먹 한 방에 담긴 의미,
《백야행》의 마지막 문장에서 묘사되는 여주인공의 뒷모습,
《레몬》에서의 레몬 하나. 어느 것도 작가가 일방적으로 마무리를 짓는 일은 없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사건 4편 편집이미지
히가시노 게이고 살인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