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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반전이 없다> 제목이 던지는 역설, 그리고 현실의 민낯 2019년 12월 출간된 조영주의 『반전이 없다』는 첫인상부터 독자를 뒤흔드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이라면 당연히 기대하게 되는 반전을 제목에서부터 부정하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적 농담이자 도발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반전 부정이 아닌,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합리하고 반복적인 비극들에 대한 냉소적 메시지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사회파 추리소설로 취급됩니다. 백수풍진(白首風塵)나이 들어 세상일에 치이는 것’을 뜻하는 한자어로, 이 소설이 다루는 인물들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작품소개소설은 ‘훈련’, ‘상처 입은 부처’,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살인마’, ‘우비는 맥거핀’, ‘고도를 기다리며’ 등 여러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우비는 맥거핀’과 ‘고.. 2025. 6. 11.
정해연 <용의자들> 인간 본성을 파헤치는 예리한 시선 소설은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단순한 범인 찾기에 그치지 않고, 사건에 얽힌 인물들 각자가 숨기고 있는 감정과 욕망, 비밀을 파헤칩니다.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이기심,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얼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정해연 작가1981년생 2013년 장편소설 『더블』로 등단한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 수상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봄영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 수상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 2025. 6. 10.
전건우 <살롱 드 홈즈> 평범한 주부들의 짜릿한 반란 전건우 작가의 『살롱 드 홈즈』는 사회적 불합리와 여성적 시선이 녹아든 코지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 작품은, 가사와 가족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평범한 주부들이 탐정으로 변모하여 일상 속 사건들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힘과 우정,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장르 문학의 흥미로운 외피 안에 유머와 긴장감이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어 쉽게 읽히면서도 높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생하고 현실적인 대사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전건우 작가1979년에 태어나 2008년 단편소설 『선잠』으로 등단한 이후 공포, 미스터리, 추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2025. 6. 9.
니시자와 야스히코 <살의가 모이는 밤> 오늘의 운세가 불러온 살인 『살의가 모이는 밤』은 일본에서 1996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꽤 시간이 흘러 2022년 5월 25일에야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어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서점에서 강렬한 표지와 시선을 사로잡는 띠지 글귀를 보며 자연스럽게 손이 갔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띠지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니 더욱 궁금해졌었습니다. 작가 후기에서 니시자와 야스히코 작가님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조인계획』 속 '범인이 사건을 추리한다'는 설정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를 이 책으로 이끌었으니, 제게는 이미 성공적인 유인이었던 셈입니다.작품소개이 소설은 쓰여진 시기(1996년)와 현재의 차이로 인해 흥미로.. 2025. 6. 8.
치넨 미키토 <유리탑의 살인> 모든 것을 뒤엎는 마지막 한 줄 치넨 미키토 작가는 현직 의사로 의학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작품소개『유리탑의 살인』은 2021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이듬해인 2022년 6월에 한국 독자들을 만난 작품입니다.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작가가 굉장한 추리소설 마니아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책 초반부터 수많은 추리소설가와 작품들이 언급되는데, 어쩌면 작가가 그동안 읽어온 방대한 지식을 한껏 드러내고 싶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와 생각을 통해 '셜록 홈즈', '애거사 크리스티', '에드거 앨런 포', '아서 코난 도일', '엘러리 퀸', '존 딕슨 카' 등 서양 추리소설의 거장들은 물론, 일본의 여러 추리소설가와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마치 소설.. 2025. 6. 7.
히가시노 게이고 단편집 <교통경찰의 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진실 『교통경찰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 중 하나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교통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고 이야기를 넘어, 그 사건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을 섬세하게 파헤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또한, 이 작품들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약 3년 동안 한 편씩 문예지에 연재되었던 것을, 1992년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 책에서 내가 묘사해야 할 것은 어떤 운전자라도 ‘사람을 칠’ 우려가 있다는 것일 뿐, ‘뺑소니를 친다’는 것은 애초에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히가시노 게이고 후기.. 2025.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