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일본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 시리즈 11편 - 순서 & 한눈에 보기

by handrami 2025. 3. 8.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중에서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활약하는 소설을 가가형사 시리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가가형사 시리즈는 각 작품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작가가 작품을 발표한 순서대로 읽으면 가가 교이치로라는 인물의 변화나 작가의 의도, 그리고 시리즈 전반에 걸친 흐름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가능하면 출간 순서대로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

가가 교이치로는 이 시리즈의 중심 인물입니다. 초기에는 대학생 신분으로 사건을 접하지만, 이후 경시청 수사1과 형사로 활약하며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가는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피해자와 주변 인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를 돕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 소개된 가가시리즈 

제목 일본
출간년도
간략 소개 및 특징 상세 리뷰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 1986 가가 교이치로 첫 등장. 대학생 신분으로 사건 추적. 교사의 길을 선택한 배경 언급. 졸업 설월화 분석 보기
잠자는 숲 1989 경시청 형사 가가 등장. 발레단을 배경으로 한 살인 사건. 로맨스 요소 포함. 잠자는 숲 리뷰 보기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1996 독자가 범인을 추리하는 구성. 용의자 두 명. 봉인된 추리 안내서 포함.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리뷰 보기
악의 1996 범인을 먼저 알려주고 동기를 추적하는 방식. 가가가 교사를 그만둔 이유 언급. 악의 리뷰 보기
내가 그를 죽였다 1999 독자가 범인을 추리하는 구성. 용의자 세 명. 봉인된 추리 안내서 포함. 내가 그를 죽였다 리뷰 보기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2000 가가형사 시리즈 중 유일한 단편집. (예정)
붉은 손가락 2006 고령 사회, 청소년 문제 등 사회적 문제 다룸. 가가와 아버지, 친척 관계 묘사. 붉은 손가락 리뷰 보기
신참자 2009 니혼바시 경찰서로 발령받은 가가.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 부각. 단편 연작 형식. 신참자 리뷰 보기
기린의 날개 2011 '신참자'에 이어 니혼바시 배경. 기린 조각상 앞 죽음. 아버지의 마지막 메시지, 비정규직 현실 등 사회 문제 다룸 기린의 날개 리뷰 보기
기도의 막이 내릴 때 2013 니혼바시 파견 중 사건 발생. 가가 어머니의 죽음 관련 내용 등장. 간호사 도키코와의 관계 변화 암시. 본질을 보는 시각 강조. 기도의 막이 내릴 때
리뷰 보기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2023 10년 만에 나온 시리즈 신작. 가가가 휴가 중 유족 지인으로 사건 참여. 부유층 별장지 살인 사건. '검증회' 방식.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리뷰 보기
번외편      
희망의 끈 2019 가가형사가 등장하지만 사촌 동생 마쓰미야 슈헤이 중심, 시리즈의 번외편 성격 희망의 끈 리뷰 보기

*위 표의 '상세 리뷰' 항목은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개별 리뷰 글의 링크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각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

1.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

히가시노 게이고 졸업 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졸업 표지 2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이자 '가가 교이치로'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대학 4학년, 졸업을 앞둔 시기를 배경으로 가가가 대학생 신분으로 친구들의 죽음을 추적하며 형사로서의 기질을 드러냅니다. 어린 시절 형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형사 대신 교사의 길을 선택하려 했던 가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작품 속에서 '아이하라 사토코'를 향한 가가의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설월화(雪月花)'라는 다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몰입이 쉽다는 점이 독자에 따라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졸업 설월화 게임 정리글 보기

▷ 히가시노 게이고 졸업 설월화 다도 게임 정리

 

2. 잠자는 숲

히가시노 게이고 잠자는 숲 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잠자는 숲 표지 2

 

30세 전후의 '가가 교이치로'가 경시청 수사1과 형사로 등장합니다. 발레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발레리나 '미오'를 만납니다. 발레리나 '미오'를 사랑한다는 내용과 '사토코'와는 가끔 편지만 주고받는 사이로 표현되는 등, 추리물임에도 로맨스적인 느낌이 나는 작품입니다.

 

3.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표지 2

 

이 작품은 독자에게 범인을 추리하도록 구성된 '범인 찾기 소설'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살인사건 용의자는 두 명이며, 마지막에 봉인된 추리 안내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시 '가가 교이치로'는 네리마 경찰서 순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봐. 죽인 건 둘 중 누구지?"와 같은 가가의 대사가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4.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표지 2

 

'악의'는 초반에 범인을 먼저 알려주고 시작하는, 이른바 동기 찾기 추리소설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가가 선생이라는 직업을 그만둔 이유가 나옵니다. "그런 악의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당신의 마음속에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깊디깊은 악의가 잠재되어 있어요."와 같은 대사를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은 악의를 파헤치는 가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독자의 '선입견'을 이용하여 작가의 의도대로 흐르게 만드는 구성이 놀랍다는 평이 많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인간 심연에서 피어나는 ‘악’의 실체

 

5. 내가 그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그를 죽였다 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그를 죽였다 표지 2

 

이 작품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 이은 '범인 찾기 소설'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살인사건 용의자는 세 명이며, 이 작품에도 봉인된 추리 안내서가 들어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나 살인 사건 묘사가 등장하는데, 이는 이후 작품인 '다잉 아이''몽환화'에서 더욱 섬뜩하고 대담하게 진화하는 작가의 묘사 방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대한 반전이 독자를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독자가 직접 범인을 추리하도록 유도하는 구성은 흥미롭지만,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게 하여 추리 안내서에 의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조그만 차는 반대편 차로까지 튕겨나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두개골이 깨지고 뇌와 내장이 짓눌렸으니 1초도 살 수 있었을 리 없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과 비교

<다잉 아이> 히가시노 게이고 - 복수와 공포가 얽힌 미스터리 스릴러

<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 책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

 

이후의 작품 '다잉 아이'의 프롤로그에서 교통사고 묘사가 더욱 섬뜩하고 자세하게 대담해 졌으며,

'몽환화'의 프롤로그에서는 남편의 출근길을 아기를 안은 아내가 배웅하는 화목한 모습에서 갑자기 일본도로 살해당하는 묻지마 살인이 일어나는 장면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어느날 누군가에게 있을지도 모를 불행한 일들을 너무도 끔찍하게 묘사하면서도 덤덤하게, 그래서 더 소름이 돋게 만드는 방법으로 묘사합니다.

 

6.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히가시노 게이고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표지 2

 

가가형사 시리즈 중 유일한 단편집으로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 차가운 작열
  • 두 번째 꿈
  • 어그러진 계산
  • 친구의 조언

 

7. 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 붉은 손가락 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붉은 손가락 표지 2

 

추리소설 속에 고령 사회의 노인 문제, 청소년 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잘못된 가족애가 어떻게 더 큰 비극을 만드는지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는 가가의 아버지 '가가 다카마사'의 암 투병과 가가, 그리고 아버지의 여동생 '가쓰코'와 그녀의 아들 '마쓰미야 슈헤이'의 관계가 중요하게 그려집니다. 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병문안을 하지 않는 가가의 모습은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하지만, 독자에게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8. 신참자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표지
신참자 영화포스터

 

'가가 교이치로'가 니혼바시 경찰서로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자'로 등장합니다. 계급은 경부보입니다. 가가가 피고인의 변호를 자처하다 강등되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이 니혼바시 경찰서로 발령 난 이유로 추정됩니다. 이 작품은 단편 연작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가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심성이 잘 나타납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자입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라는 가가의 대사를 통해 그의 변화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미오라는 설이 대세입니다.

차례

  • 제1장 센베이 가게 딸
  • 제2장 요릿집 수련생
  • 제3장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 제4장 시계포의 개
  • 제5장 케이크 가게 점원
  • 제6장 번역가 친구
  • 제7장 청소 회사 사장
  • 제8장 민예품점 손님
  • 제9장 니혼바시의 형사

단편인 듯 단편 아닌 단편 같은 소설

단편처럼 느껴지는 순간 아 단편이 아니네 하고 알게 되는 그런 느낌. 가가의 심성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동네의 정겨운 형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나쁜 짓을 저지른 아들을 지킨 게 아니었습니다. 더 나쁜 방향으로 가도록 등을 떠민 셈이죠. 부모로서 완전 실격입니다. 동시에 경찰로서도. 부모는 원망을 사는 한이 있어도 자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부모뿐입니다."  -우에스기

 

9. 기린의 날개

히가시노 게이고 기린의 날개 표지
기린의 날개 영화포스터

 

'신참자'에 이어 니혼바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룹니다. 니혼바시 다리에 있는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로 숨진 한 중년 남성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단순 강도 살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납니다. 죽음에 직면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비정규직의 뼈아픈 현실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함께 다루어집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사람은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죠. 자존심이나 의지 같은 것을 다 버리고 자신의 마지막 소원과 마주하게 돼요.  그런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의무예요."라는 대사가 작품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10. 기도의 막이 내릴 때

히가시노 게이고 기도의 막이 내릴 때 표지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영화포스터

 

이 작품은 '가가' 형사가 니혼바시 파견 중에 겪는 사건을 다루며, 가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내용이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간호사 '가나모리 도키코'가 가가 시리즈에 가끔 등장하여 가가의 일을 돕는데, 이 작품에서는 '도키코''가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 외에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암시됩니다. 사촌 동생 '마쓰미야 슈헤이''도키코'에게 가가 어머니와 관련된 유품을 전하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가''도키코'의 말을 투정 부리듯 하면서도 따라주는 모습 등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면 본질을 알 수 없는 법이야. 사람이나 땅이나."라는 대사는 사건의 본질을 다각도로 보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11.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표지
책 속 지도그림

 

201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이후 10년 만에 출간된 가가형사 시리즈의 신작입니다. 경시청 형사부 수사 제1과 가가 교이치로 경부가 휴가 상태에서 유족의 지인 자격으로 사건 해결에 참여하게 됩니다. 부유층 별장지에서 연례행사 후 발생한 다섯 명 살해 사건을 다루며, 범인이 자수했음에도 진술을 거부하자 유족들이 '검증회'를 열어 진상을 파헤치려는 독특한 설정이 특징입니다. "인간이란 어차피 이런 생물이다. 겉으로 하는 행동과 속으로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르다."와 같은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드러납니다. 가가 시리즈를 읽은 독자라면 반가워할 이름인 도키코가 등장하지만, 가가와의 관계는 아직 큰 진전이 없어 보인다는 감상도 있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라는 제목의 편지가 등장하지만, 제목의 무게에 비해 다소 싱겁게 느껴졌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에 대한 생각

가가 형사 시리즈는 1986졸업을 시작으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대표작입니다. 각 작품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출간 순서대로 읽으면 가가 교이치로라는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따라가며 작가의 의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가가 시리즈 중에서 기본 이하의 소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특유의 탄탄한 구성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다만,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내가 그를 죽였다'와 같은 '범인 찾기 소설'은 독자에게 직접 추리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소설의 재미를 온전히 느끼는 데 방해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밀듯 '누가 범인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재미는 있지만 때로는 이야기 자체의 흐름이나 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추리 소설 자체가 자연스럽게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특정 타이틀이 그 과정에 과하게 집중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트릭이나 범인을 밝히는 것을 넘어,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 본연의 모습, 관계의 복잡성, 그리고 그 속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가 형사 역시 사건의 '어떻게'보다는 ''에 집중하며,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시리즈 리뷰 보기

▷ 히가시노 게이고 녹나무 시리즈 2편 - 감동과 미스터리가 공존하는 이야기

▷ 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 시리즈 3편 - 한눈에 정리 & 추천작

▷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시리즈 3편 - 작품별 특징 & 순서 정리

▷ 히가시노 게이고 설산 시리즈 4편 - 한눈에 보기

▷ 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4편 - 작품별 특징 & 출간순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가가시리즈 11편 책 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시리즈 11편